옳고 그름, 맞고 틀림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입니다.
또한 다름을 판단하는 것 역시 이성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이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
좋다. 싫다. 밉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밉다. 등등...
늘 감정을 절제하면서 살아왔던 저로서는 이것이 참 어렵습니다.
특히 사람을 대할 때는 너무 너무 어렵습니다.
물이 가득찬 컵을 이동시킬 때 그 물은 흔들리게 마련입니다.
컵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기도 합니다.
이동시키지 않으면 흔들리지도 않고 고요히 컵에 머물게 됩니다.
내가 필요한 것은 머무는 것...
더 좋은 것은 비우는 것...
비워야 합니다.
비운다고 비웠는데 그래서 컵에 물 한 방울 안남겼는데
금방 차 버렸습니다. 넘칠 것만 같았습니다.
이럴 수도 있구나.
금방 차버리는 물, 그리고 그 물이 흔들려서 쏟아지려고 합니다.
이렇게 할 수도 없고 저렇게 할 수도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침묵합니다.
기도합니다.
성체조배실에서의 성체조배
말씀사탕으로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빵을 주지 않는다 하여도 그가 줄곧 졸라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항변했습니다.
"그만큼 아팠으면 되었지. 또 아파라구요?"
처음에는 며칠동안 잠 못자며 대들기도 하고 푸념도 하고 이겨보려고 애썼습니다.
방어막을 쳤음에도 그 방어막이 부서진 것에 대한 나에게 외치는 고함소리...
자책하는 원망...
그러다가 눈을 들었습니다.
왜 내가 힘들어야 해? 왜 나만?
미리 걱정하고 미리 뒷걸음질 칠 준비하고...
부딪혀보자.
닫지 말자. 열자.
작은 그릇이 커지는 순간입니다.
겱국 하느님과의 싸움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결론은 백기...
이길 수 없어서 백기를 든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백기를 든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깨달았기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어제 성체조배 때는
"서로 뜻을 같이하고 평화롭게 사십시오."
평화...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평화롭지 못했습니다.
별 것 아닌데...
정말 별 것 아닌데 혼자 고민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별 것 아니었지만 큰 경험이었고
또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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