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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이야기/오늘 묵상 이야기

루카 17,7-10,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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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17,7-10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우와...

예수님의 말씀 중에 제일 불만이 이 말씀이었습니다.

아니, 왜 종이 스스로를 쓸모없는 종이라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서 왜 내가 하느님께 쓸모없는 종이라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내가 비록 죄가 많을지언정 하느님 앞에서

나는 쓸모없는 종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겸손이 아니라 소스라치도록 싫은 자기비하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종일뿐이라는...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 말을 기쁘게 하는 말이라면?

자기가 할 일을 다하고서 기쁨 가운데 주인에게 하는 말이라면?

몸에서 소름이 싹 일어납니다.

화살이 내 머리를 관통하고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주인이 시킨 일을 다했습니다.

종이 분부를 받은대로 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기쁩니다.

그 기쁨을 주인에게 알립니다.

"주인님, 저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겸손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 자기자랑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반어법...

기쁨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며칠 전부터 세운 저의 어제(쉬는 날이었습니다.) 계획은

아침 9시에 건강검진 갔다가

12시 경에 장산 등반(옥녀봉, 중봉, 장산 정상, 억새밭, 구곡산, 폭포사)

그리고 저녁 늦게 부산항빛축제 구경하기였습니다.

9시에 건강검진 갔습니다.

1230분 대천공원에 도착, 장산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옥녀봉, 중봉, 장산 정상, 억새밭까지 갔습니다.

'대천공원으로 내려갈까?'라는 유혹이 왔습니다.

과감히 떨쳐버리고 구곡산 정상을 밟았습니다.

그러고서는 폭포사로 내려왔습니다.

다시 대천공원에 도착하니 530...

집에 도착해서 씻고 밥먹고 830분경에 부산해양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사진 많이 찍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서 팔을 올리며 외쳤습니다.

"다 이루었다."

계획한 것을 한치도 어긋나지 않게 다 이루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기뻤습니다.

저의 기쁨과 종의 기쁨과는 조금 다르지만

저의 일과 종의 일도 다르지만

저의 일은 저 자신을 위한 일이었고

종의 일은 주인을 위한 일이었지만

그 기쁨으로 전 "다 이루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했고

그 기쁨으로 종은

"저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의 기도는 감사의 기도였고, 종의 말은 겸손의 말이었습니다.

기쁘면 기도가 나옵니다. 기쁘면 겸손해집니다.

기쁨 없이 무표정으로 마지 못해 겨우 주인이 시킨 일을 끝낸 종을 생각해 봅니다.

스스로를 이렇게 낮출 수 있었을까요?

종의 기쁨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기쁘게 주인이 시킨 일을 하고서

주인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기쁨 가득한 목소리로

하지만 차분하게 말합니다.

"저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지극히 겸손한 모습, 입가에 미소 가득한 종의 모습입니다.

오늘 저녁 무한 감동 속에 하느님께 감사하는 밤을 보낼 것 같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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