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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이야기/오늘 묵상 이야기

하늘 나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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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에 있을 때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수도자들이 아이들과 함께 길을 걸어갑니다.

장군형 스타일의 수도자들은 "돌격, 앞으로..." 하면서 아이들을 이끌고 갑니다.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수사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갑니다.

전 이 두 곳에 있지 않습니다.

제일 뒤에 쳐져 있습니다.

아픈 아이들, 힘들어 하는 아이들 속에 있습니다.

이 아이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업어주고 안아줍니다.

그리고 손잡고 걸어갔습니다.

아프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기에 쉬엄쉬엄 갑니다.

저 언덕만 넘으면 하늘 나라라고 하면서 힘주고 격려하면서 함께 걸었습니다.

 

그런데, 수도원을 나오고 나니 하늘 나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암흑 속에서 빛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볼 뿐이었습니다.

잘못 가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질까봐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날 위해 기도해주는 이들이 있었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하늘 나라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하늘 나라로 가는 여정에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빛을 보았고 그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하늘 나라는 직선으로 쭉 뻗어 있습니다.

참 쉬운 길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그런데 거기에는 가시밭길도 있습니다.

진흙탕도 있습니다. 우박도 내리고, 비도 내립니다.

강도 있어서 홍수가 나기도 합니다.

이런 길을 만나면 난 우선은 잠깐 쉽니다.

생각을 합니다. 계획을 짭니다.

그러다가 "이 길로 가자."라고 결정하면 무조건 앞으로 갑니다.

반대로 "이 길을 피하자." 라는 생각을 하면 샛길로 빠집니다.

물론 자연스럽게 샛길로 빠지기도 하지요.^^

쾌락의 길로... 유혹의 길로... 죄의 길로...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난 이 잘못된 길에서 분명히 나온다라는 것입니다.

앞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 가운데 난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계획도 없었던 일을 겪었습니다.

커다란 바위가 내 길을 콱 막아버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너무나 혼란스러워서 내 마음과 정신은 마치 엉킨 실타래 같았습니다.

이 바위가 싫지는 않았습니다.

이 바위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리할 시간도, 계획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채

나의 엉킨 실타래같은 모습만을 보여주고서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갖춰져 있지 않았고,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에

하늘 나라로 데려다 줄 수 없었습니다.

물 위를 걷고 있다고 느낄만큼 조용한 나의 생활이었습니다.

그 물 위에 거대한 바위가 떨어졌습니다.

바위는 이제 없지만 엄청난 풍랑의 여파는 아직도 거세기만 합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정화가 되기 마련이지요.

나 역시 정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 바위가 참 고맙습니다.

주위를 둘러봅니다. 이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나와 함께 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나의 하늘 나라는 나 혼자 가면 되는 곳이었습니다.

이 사람들 가운데서 함께 갈 친구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함께 갈 친구였으면 좋겠습니다.

하늘 나라로 데려다 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니지요.

그것은 함께 걷는 것이 아니니까요.

도망치거나 손을 놓아버리거나...

물론 그럴 수 있겠지요. 나랑 뜻이 맞지 않는 것이니까요.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조심스럽습니다.

다른 것은 생각 안 합니다.

자기만의 하늘 나라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아픈 아이 안고, 가기 싫어하는 아이 손잡고 가듯

천천히 가더라도 그 한 곳만 바라보고 갈 수 있으면 됩니다.

어차피 하늘 나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 때문에 혼자는 어렵다는 것 압니다.

그 험한 길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공유하고 공감하는 같은 하늘 나라를 바라 볼 친구...

나의 하늘 나라가 아닌 나만의 하늘 나라가 아닌

우리의 하늘 나라를 같이 갈 친구...

우리가 함께 갈 하늘 나라...를 기도합니다.


친구 - 親口

친한 입 - 오래 두고 사귄 벗

벗 - 마음이 서로 통하여 가깝게 사귀는 사람

 

201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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