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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이야기/오늘 묵상 이야기

살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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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공익요원을 시작한 해...
본당 보좌신부님이셨던 곽길섭 베드로 신부님께서는
나를 교사회와 청년회에 가입시켰습니다.
애들하고 놀고 싶어서 교사하겠다고 했는데
청년회까지 하라고 하시니...ㅠㅠ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특히 성가대에서 노래할 때는 정말 좋았습니다.
신부님께 감사했지요.^^
같은 해 여름 청년회 M.T. 첫날 저녁...
사제서품 때 로사리오로 세례명을 바꾸신 김영환 삼손 학사님과 함께
프로그램을 하나 했었습니다.
천사가 나타나 여러분들을 하늘나라로 데려간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하셨습니다.
삼손 학사님이 하얀 제의를 입고 천사복장으로 나타나셨고
둥글게 앉은 저희들 뒤에서 어깨에 손을 올리면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하라고 하였습니다.
아무도 순명하지 않고 목적을 말하며 살겠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저 역시 거창하게 "제게 맡겨진 아이들을 위해서 살겠습니다."라고 대답했었지요.
학사님께서는
하느님께서 부르시는데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 하느님께서 거둬가시겠다는데...
라고 하셨습니다.
뇌리에 팍 박혔습니다.
"아... 하느님께 순명하자."라고 생각했고
삶보다는 죽음을 더 많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서는 2년 후 다시 수도원에 갔습니다.
연세 드신 신부님께서 기력이 다하셔서 스스로 심장박동이 되지 않아
기계를 심장에 심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 감히 "꼭 그렇게 하면서까지 살아야하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삶의 목적, 이유를 생각하기보다는 죽음을, 선종을 기도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제가 일하고 있는 성당 자매님께서 혈액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서울 삼성의료원으로 검사를 받으러 가기 전날, 제 손을 꼭 잡고
"제가 잘못한 것 있으면 용서하세요.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우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그냥 "하느님, 살려 주세요. 자매님, 살려 주세요."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자매님의 쌍둥이 아들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시아버지 모시고, 군대 갔다 온 아들, 대학 2학년 올라가는 딸과 이제 중학교 2학년인 쌍둥이 아들, 그리고 남편...
이들을 부양하며 지금껏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십니다.
누구나 다 삶의 목적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전 삶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냥 물흐르는대로 강물 위의 잎사귀처럼 불안불안하게 살았던 것입니다.
물흐르는대로 사는 것이 좋아 보였고, 그렇게 살다보니 시간만, 시간만 흘렀습니다.
얻은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제 머리 손질하며 미용사 아주머니에게 이 얘기를 했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마지막 결론은 "빨리 결혼하세요."였습니다.
결혼하면 뚜렷해진다고 하셨습니다.
과연 그럴 것 같습니다.
지금 삼성의료원에 계신 그 자매님의 삶의 이유가 그러한 것처럼...
살아야 하는 이유...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그 이유는 다르겠지만
이제 저도 삶의 이유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삶보다는 죽음을 먼저 생각했던 나의 과거를 버리고
이제는 삶을 먼저 생각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201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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