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이야기/오늘 묵상 이야기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반응형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의 날,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인 주일을 뺀 40일을 말합니다.

주일이라고 해서,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라고 해서 마냥 기쁘게 지내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주일 미사 때 대영광송과 복음환호송은 하지 않습니다.

십자가...

십자가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이야기를 듣고도 지나쳤습니다. 영화를 보고도 지나쳤습니다.

십자가는 죄인이 들어야 할 십자가이고

죄인이 사형에 처해질 때 사용되는 십자가라는 것을...

십자가는 죄인이, 그것도 사형에 처해질 죄인이 지고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적어도 저는 지금껏

십자가는 당연히 예수님이 지고 가야 하는 것이고,

예수님께서 사형당할 때 사용되었다는 것으로 가벼이 생각했습니다.

복음에서도 "누구나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라고 예수님께서 얘기했지만

이 십자가를 죄인과 연관시켜서 생각은 잘 안했습니다.

그냥 나의 어려움, 고통, 불행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십자가에 대한 나의 생각 http://gounjoon.tistory.com/65 )

십자가는 죄인이 들었고 죄인이 사형에 처해질 때 사용되는 도구였습니다.

그랬던 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죄인은 바로 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내)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셨다는 말의 의미를 절절히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지고 가는 십자가를 제 몫만큼 떼 내어 짊어집니다.

다리가 후들후들거립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삶의 목적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다행인 것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 "아버지,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라고 울부짖으셨지만

우리가 삶의 목적지에 다다렀을 때에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마중나와 계신다는 것입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부활을 이미 알고 있기에

힘들지만 우리는 기꺼이 이 십자가를 지고 인생의 여정을 걸어갑니다.

이 십자가의 길은 분명히 십자가의 길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길은 부활의 길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이라는 새생명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정말 부활하셨을까?라는 의심을 벗어나서, 그 차원을 넘어서

우리는 부활의 삶을 지향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 우리는 매년 사순시기를 통해서 부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순시기,

슬퍼하며, 고통스럽게 아파하기만 하는 시기가 아닙니다.

어둡게만 지내는 시기가 아닙니다.

스스로 십자가에 못박히는 그런 날이 아닙니다.

(필리핀 빰빵가라는 곳에서는 성 금요일에 실제로 십자가에 못박히고자 하는 사람에게 못을 박습니다.)

 


사순시기는 부활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슬퍼하는 이유도, 아파하는 이유도, 우는 이유도

우리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기 위함입니다.

"하느님, 잘못했습니다."라고 무릎 꿇고 고개숙이고

겸손하게 용서를 청하는 모습으로 사순시기를 지내고 싶습니다.

 

2013.2.14.

반응형